팔랑귀 13

귀가 가벼운 여자아이의 사랑 이야기.
Feb 04, 2024
팔랑귀 13
우리는 해가 반 쯤 가려지고 하늘도 진한 자주색과 청색을 띄고 있을 때 일어났다. 차는 카페에 주차해두고 주변을 걸었다. 해가 지면서 온도도 내려가 걷기 좋았다.
"오늘 너무 재미있었어. 오빠 덕분에 예쁜 것도 봤네." "나도 재미있었어. 네가 한시도 쉬지 않고 말하니까. 라디오같고 좋더라." "뭐래는 거야. 헤헤헤... 내일도 하늘 예쁘면 좋겠다." "내일은 월미도쪽 가볼래?" "응? 내일도?! 괜찮겠어? 아냐, 화곡동까지 왔다 갔다 너무 멀잖아."
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굳이? 여기서 자면 되지." "여기서?" "마송에서도 좋고.... 어때? 오늘 같이 있을래?"
마음 속으로 많이 고른 말이었다. 누군가에게 같이 밤을 보내자는 게 쉬운 말을 아니니까. 내 입꼬리는 조금 올라가서 상기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은혜는 조금 당황한 것 같았다. 은혜의 눈이 이리저리 방향을 잡지 못하고 돌았다.
"...오빠, 나는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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